여성 인물들이 서로 만나고 사랑하고 헤어지고 아파하는 이야기를 담은 일곱 개의 에피소드입니다. 이야기마다 다른 시간과 장소와 사람이 나오지만 얇게 겹치는 작은 우연이 존재하기도 합니다. 연결점을 이어가면서 하나의 그림을 그려보고 싶었어요.
각 에피소드의 첫 장에는 예고편 같은 그림을 담았습니다. 이야기에 들어가기 전에 그림을 보면서 내용을 짐작할 수도 있고, 다 읽고 난 뒤 다시 그림을 본다면 또 다른 감상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면서요. 부디 그렇게 봐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차례
episode 1 청계호수 / 12
episode 2 자유시간 / 46
episode 3 거룩한 사랑 / 82
episode 4 다른 그림 찾기 / 114
episode 5 우리가 빛보다 먼저 갈 수 없다면 / 142
episode 6 원하는 미래 / 166
episode 7 어떻게 지내요 / 190
첫 문장:
‘생산적인 일을 좀 해 봐.’
P. 10 어느 깊고 어두운 밤에는 제가 쓰는 글이, 만드는 책이 도무지 생산처럼 느껴지지 않아 허무해질 때도 있습니다. 그 허무함마저도 제게는 생산입니다. 쓰지 않고는 가질 수 없는 것일 테니까요. 이 모든 노력에도 불구하고 마침내는 기억에서 전부 사라진다고 해도, 생산과 소멸의 무수한 반복을 지나 결국에는 아무것도 아닌 것에 이르게 된다고 해도, 그것 역시 제게는, 이 세계에서는 생산이었다고 믿고 싶습니다. -책에 대하여 中
P. 66 그때는 그런 생각을 하지 못했지만 돌이켜보면 나는 진하와 연애를 한 것 같다. 매일 편지를 쓰고 문자 메시지를 주고받고 통화를 했다. 하굣길에 함께 집까지 걸었고 주말에는 낮부터 만나 영화를 보고 밥을 먹고 차를 마시고 종일 걸었다. 날씨가 화창한 날에는 수업 중에도 진하를 불러내 밖으로 나가는 상상을 멈추지 않았다. 그러다 정말로 자율학습 시간 중에 진하와 몰래 학교를 빠져나와 진하의 손을 잡고 숨이 차게 뛰던 날에는 심장이 터져도 좋을 만큼 행복했다. - 「자유시간」 中
P. 163 다만 이것만은 우리 손으로 어떻게 해볼 수 있지 않을까. 마지막에 최대한 좋은 것들을 좋은 상태로 남겨두는 것. 어쩌면 그래서 죽음이 존재하는 것 아닐까. 나는 그렇게 생각해. 그래서 나는 화해하고 싶다. 오해를 풀고 싶고 거리를 좁히고 싶다. 끝내 그럴 수 없더라도 말이야. 좋아하는 것과 영원히 화해하지 못한 채 기억에서 사라지는 게 아닌, 마지막 순간까지 화해하는 사이로 남겨두고 싶다. - 「우리가 빛보다 먼저 갈 수 없다면」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