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무언가를 반복하며 산다. 밥을 먹고, 설거지하고, 주위를 정돈하고, 차를 마시고 산책하러 가는 일이 더 이상 삶의 영감이 되지 못할 때, 반복하는 일이 지겹고 무의미하다고 여겨질 때, 이 책을 펼쳐보자. ‘사과의 건축’에 담긴 사소한 재미들, 기록하는 즐거움을 들여다보고 있자면 어느 순간 다시 내가 하는 반복을 소중하게 돌아보게 될 것이다. 매일 자신만의 작은 실천을 도모하는 이들에게 따스한 마음을 담아 건네기 좋은 책이다.
저자소개
김재기
건축사. 모요 건축사사무소를 운영하고 있다.
임유청
영화도서 전문 편집자/ 콘텐츠 기획자 / 독립출판 생산자
책속으로
p. 259
두 사람이 함께 만든 이 책을 보면서 우리가 죽는 그날까지 매일매일 반복해야 할 수많은 일들을 떠올려 본다. 대부분은 어떤 가치도 생산해 내지 못하는 그저 그런 것들이라고 말할 수도 있겠다. 나는 이 책이 그저 그런 일들에 특별한 가치를 부여해 주었다고 말하려는 것은 아니다. 다만 그저 그런 일상을 적당한 형태로 모아서 보여주는 이 책에 우리를 안심시키는 무언가가 있다고 말할 수는 있을 것 같다. 남들도 이렇게 노력하며 살고 있다고.
자, 오늘은 이 사과를 어떻게 깎아볼까요? - 대화 中
p. 264
우리끼리는 대체로 성공이라고 그래요. 이걸 만들 때 쓰는 시간 자체를 좋아하는 것도 있어요. 뿌듯하죠. 그리고 먹는 거잖아요. 모양이 좀 마음에 안 들더라도 맛있으면 기분 좋아요. - 대화 中
p. 266
정재은: 직업인 건축과도 영향을 주고받는 것 같아요? 프로젝트와 긴밀하게, 혹은 느슨하게 연결해서 설계해 보고 싶다는 생각도 해봤을 거 같아요.
김재기: 기와나 벽돌처럼 일정 규격으로 사과를 자른 다음 그 재료들을 관계 짓는 것, 그 사고 과정에 건축을 공부할 때 했던 경험들이 어쩔 수 없이 배어 있는 것 같아요. (...) 사과를 설계 과정에 넣는 건... 진짜로 넣어본 건 아니지만, 오늘 만든 조합과 형태가 굉장히 마음에 들 때 그런 생각이 들긴 하더라고요. 수직과 수평, 두 개의 큰 축을 중심으로 각자의 변수가 하나씩 있는 상태에서 조합이 너무 잘 됐다 싶은 결과물이 나올 때가 있거든요. 그런 날은 굉장히 기분이 좋아요. 이런 느낌은 나중에 건물 설계할 때도 고려해 볼 만하겠다, 혼자 생각해요.
p. 271
정재은: 사과 프로젝트가 재기 씨의 일이나 삶의 태도에도 영향을 미치는 부분이 있을 것 같아요.
김재기: 저는 하나를 시작하면 꾸준히 반복하려는 성향이 있는 사람이에요. (...) 그런데 의지만으로는 힘들 때가 있잖아요. 그래서 제가 기계적으로 움직일 수 있도록 하는 장치를 일상 곳곳에 심어 놓으려고 하는데, 처음엔 목표였던 이 사과 프로젝트가 역으로 제가 반복되는 일상을 살 수 있도록 독려하고 강화해 주는 역할을 하는 거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