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는 엄마가 돌아가시고 엄마의 연필로 일기를 쓰고, 엄마의 물감으로 그림을 그리면서 장례식 전후로 있었던 일들을 정리해 나갑니다. 병원에서부터 장례식장 그리고 이후 집으로 돌아와서 벌어지는 일들 사이사이 생기는 작은 감정의 균열들과 마음쓰는 과정을 보면서 많이 공감하고 위안받게 됩니다.
"이제 내가 불러도 대답할 엄마가 이 세상에 없다는 생각에 울음이 터졌다."-22p
소중한 사람들을 연거푸 보내며 애도의 시간들을 보내고 있습니다.
책 읽는 일을 업으로 하는 책방인 주제에 책을 읽을 경황도 겨룰도 없이 황망함에 어쩔 줄 모르고 지내다 한 권 두 권 책을 펼쳐 읽어 보기 시작합니다.
도저히 페이지를 넘길 수 없을 만큼 슬픔에 공명하는 책들도
서늘한 우울과 고요에 숨이 막힐 것 같은 책들도
멋지고 심오한 문장에 괜스레 빈정이 상하는 책들도
같은 애도인데 어찌 이리 다른 감정일까 깜짝 놀라는 책들도
죽음에 묻은 감정을 털고 다시 일상으로 복귀하는 사람을 응원하게 되는 책들도
이런저런 책을 읽는 사이 슬픔과 원망과 감사와 그리움 사이를 탁구공 튀듯 핑퐁거리던 마음이 조금씩 진동을 줄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