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를 떠나보내고 혼자가 된 할아버지는 정성스럽게 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 이부자리를 정리하고 아침밥을 챙겨먹고 말끔하게 씻고는 신문을 읽으며 하루를 시작합니다. 요가원을 다니며 건강도 돌보고 돌아오는 길에는 동네 마트에서 꼼꼼히 장도 봅니다. 마치 나 잘 살고 있으니 걱정하지 말라고 떠난 사람에게, 남은 가족에게 말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꽃집의 꽃들을 들여다보다 한다발의 꽃을 안고 와 할머니 사진 옆에 두고 일기를 적어 내려가는 저녁의 거실에는 마음을 내리 누르는 그리움이 무겁게 내려 앉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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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나라는 어떤가요? 그곳은 따듯한가요?
시간이 지나 다시 만나게 된다면, 더 많이 아끼고 사랑해 줄게요.
보고 싶습니다, 보고 싶습니다."
소중한 사람들을 연거푸 보내며 애도의 시간들을 보내고 있습니다.
책 읽는 일을 업으로 하는 책방인 주제에 책을 읽을 경황도 겨룰도 없이 황망함에 어쩔 줄 모르고 지내다 한 권 두 권 책을 펼쳐 읽어 보기 시작합니다.
도저히 페이지를 넘길 수 없을 만큼 슬픔에 공명하는 책들도
서늘한 우울과 고요에 숨이 막힐 것 같은 책들도
멋지고 심오한 문장에 괜스레 빈정이 상하는 책들도
같은 애도인데 어찌 이리 다른 감정일까 깜짝 놀라는 책들도
죽음에 묻은 감정을 털고 다시 일상으로 복귀하는 사람을 응원하게 되는 책들도
이런저런 책을 읽는 사이 슬픔과 원망과 감사와 그리움 사이를 탁구공 튀듯 핑퐁거리던 마음이 조금씩 진동을 줄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