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중한 존재를 떠나보내기 위해서 우린 떠나는 존재에 대한 깊은 이해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내가 알지 못했던 엄마의 생각들과 마음들을 떠난 엄마의 주변을 돌보며 엄마의 시간을 복기하고 엄마의 사람들을 만나며 조금씩 이해하게 됩니다. 딸은 그렇게 꼬박 한 겨울을 보내고서야 비로소 엄마를 떠나보낼 수 있습니다.
"벌어진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나는 엄마가 살고 싶어 한다고 늘 생각해왔으니까. 엄마 자신을 위해서 병원을 다니고 치료를 받은 거라고 믿었으니까. 실은 남겨질 사람들을 위해서 다만 버틴 것일 뿐, 대체 언제부터 엄마가 죽음에 투항한 상태였는지 나는 짐작도 할 수 없었다." -26p
소중한 사람들을 연거푸 보내며 애도의 시간들을 보내고 있습니다.
책 읽는 일을 업으로 하는 책방인 주제에 책을 읽을 경황도 겨룰도 없이 황망함에 어쩔 줄 모르고 지내다 한 권 두 권 책을 펼쳐 읽어 보기 시작합니다.
도저히 페이지를 넘길 수 없을 만큼 슬픔에 공명하는 책들도
서늘한 우울과 고요에 숨이 막힐 것 같은 책들도
멋지고 심오한 문장에 괜스레 빈정이 상하는 책들도
같은 애도인데 어찌 이리 다른 감정일까 깜짝 놀라는 책들도
죽음에 묻은 감정을 털고 다시 일상으로 복귀하는 사람을 응원하게 되는 책들도
이런저런 책을 읽는 사이 슬픔과 원망과 감사와 그리움 사이를 탁구공 튀듯 핑퐁거리던 마음이 조금씩 진동을 줄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