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를 떠나 보내며 작가는 한동안 밀어두었던 죽음에 대한 공부를 다시 시작합니다. 무너지는 몸과 마음을 붙잡으려 읽기 시작한 책들에 생각을 더해가며 완성된 이 책은 작가 나름의 애도의 방식이었습니다. 어쩌면 우리는 죽음을, 죽음 이후를 모르기 때문에 이토록 두렵고 이토록 어쩔 줄 모르는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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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시간 나와 함께했던 것을 잃었을 때, 나란 존재가 부정당하고 자신에게 커다란 의미였던 것을 잃었을 때, 사람은 무너진다. 그의 일부가 죽기 때문이다.
애도는 그런 나를 슬퍼하고 위로하는 것이다. 상실로 인해 죽은 내 일부를 떠나보내는 일이다. 쉽지 않은 일이다." -257p
소중한 사람들을 연거푸 보내며 애도의 시간들을 보내고 있습니다.
책 읽는 일을 업으로 하는 책방인 주제에 책을 읽을 경황도 겨룰도 없이 황망함에 어쩔 줄 모르고 지내다 한 권 두 권 책을 펼쳐 읽어 보기 시작합니다.
도저히 페이지를 넘길 수 없을 만큼 슬픔에 공명하는 책들도
서늘한 우울과 고요에 숨이 막힐 것 같은 책들도
멋지고 심오한 문장에 괜스레 빈정이 상하는 책들도
같은 애도인데 어찌 이리 다른 감정일까 깜짝 놀라는 책들도
죽음에 묻은 감정을 털고 다시 일상으로 복귀하는 사람을 응원하게 되는 책들도
이런저런 책을 읽는 사이 슬픔과 원망과 감사와 그리움 사이를 탁구공 튀듯 핑퐁거리던 마음이 조금씩 진동을 줄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