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희미한 빛으로도」는 희미한 빛을 찾아 어두운 허공을 오래 찬찬히 응시한 자의 고요와 열기를, 마치 한 자루의 초에 불을 붙이고 그것이 타오르는 것을 지켜보는 행위와 같은 경건함으로 그려낸다. 이런 문장은 당해낼 길이 없다. 나는 늘 최은영에게 다른 것을 바란다고 생각하지만 그의 작품을 읽고 나면 늘 이것을 바라왔다는 걸 깨닫는다. 비슷한 것 같지만 읽을 때마다 생판 다른, 최은영은 그런 작가다. _권여선(소설가)
최은영은 정치적 치열성에 걸맞은 빈틈없는 서사의 힘을 구사하는 보기 드문 작가이다. 그는 편재(遍在)하는 권력과 그 압도적 기울기, 편재성(偏在性)을 추적한다. 그는 ‘갑을’을 넘어 갑을병정…의 세계를 드러낸다. 우리는 그의 문학을 통해 세상이 어떻게 변화하지 않는지를 알게 된다. 이것은 축복이고 해방이다. 이보다 더 강력한 문학의 존재 이유는 없다.
그의 문장은 미시와 거시, 로컬과 글로벌, 다정함과 외로움, 분노와 체념의 살얼음판이다. 우리의 일상이 여기 있다. 긴장과 부드러움이 교차하는 그의 문장에 잠겨들 무렵, 우리는 정신을 차리고 운다. _정희진(서평가, 편집장)
그러니 최은영의 인물들이 특별히 더 작고 연약하게 느껴진다고 할 게 아니라 우리 모두에게 있는 작고 연약한 면을 최은영의 소설이 기민하게 포착할 줄 안다고 해야 할 것이다. 작아지고 연약해진 덕분에 연결된 타인을 통해 영향을 받고, 변화할 용기를 내는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를 하는 것이라고. 최은영의 화자들 중 결말에 이르러 바뀌지 않는 인물은 거의 없다. 최은영의 인물들은 약자로서의 자기 자신을 재확인하는 자리가 아닌 스스로를 성찰하기를 망설이지 않음으로써 회복하는 자리에 있고자 한다. 소란으로 가득찬 침묵 속에서, 각각의 존재가 품고 있던 목소리의 빛깔을 찾아주는 방식으로 최은영은 회복하는 이야기를 쓴다. _양경언(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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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결핍을 안고서 그것을 너무 미워하지도, 너무 가여워하지도 않고 그저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것. 슬프면 슬프다는 것을 알고 화가 나면 화가 난다는 것을 알고 사랑하면 사랑한다는 것을 알면서 나를 계속 지켜보는 일. 나는 지금 그런 일을 하는 중인 것 같다. _‘작가의 말’에서
■ 차례
아주 희미한 빛으로도 / 007
몫 / 047
일 년 / 085
답신 / 125
파종 / 181
이모에게 / 213
사라지는, 사라지지 않는 / 267
해설│양경언(문학평론가)
더 가보고 싶어 / 321
작가의 말 / 347
★ 최은영 │ 2013년 『작가세계』 신인상을 수상하며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 『쇼코의 미소』 『내게 무해한 사람』, 장편소설 『밝은 밤』, 짧은 소설 『애쓰지 않아도』가 있다. 허균문학작가상, 김준성문학상, 구상문학상 젊은작가상, 이해조소설문학상, 한국일보문학상, 대산문학상, 제5회, 제8회, 제11회 젊은작가상을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