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두 일해야 한다고 하지만, 아무나 일할 수 없는 사회에서... 일하기 위한 자격을 묻습니다. 당신은 젊고 건강한가요? 외모가 준수한가요? 일상생활에 지장을 주는 질병은 없나요? 교우관계가 원만한가요? 최종학력이 평균이상인가요?
직장 내에서 차별과 배제는 누군가를 나쁜 노동자라고 낙인찍고, 일할 자격을 묻습니다. 이렇게 일할 자격이 없다며 말할 자격도 없어진 사람들은 일터의 구조적 문제와 사회 전반의 문제를 드러내지도 못한 채 결국 개인의 책임이라 여기며 하고 싶은 말을 삼키게 됩니다. 노동자의 권리를 말하기 이전에 자격부터 증명해야하는 현장을 인터뷰했습니다.
'우울하지 않을 수 없는 사회라고 이야기해도, 이 말은 우울하지 않은 사람들이 존재하는 한 힘을 잃는다. 불산을 그렇게 가까이 두고도, 철가루를 그렇게 먹으면서도, 과로를 그렇게 하면서도 일터에서 일하다 병든 사람들이 자신의 질병이 직업병임을 깨닫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는 이것이다. 나와 같은 일을 했는데 ‘멀쩡한’ 동료들이 있다는 것. 마찬가지로 동시대를 살아가며 나와 비슷한 일을 겪는데 나와 달리 불안과 우울을 겪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과 비교하다 보면, 이 아픔은 나의 책임이 된다.' - p1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