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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가 그렇게 바빴는지 몰라요.
진짜 바빴는지 마음만 바빴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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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책을 안 읽은 것은 아닌데요. 다른 쓸 일들이 많아 쓰지 못하는 씁쓸한 처지에 놓여있었씁니다.(와 저 ㅆ라임 좀 보라지)
이사장의 책 소개가 그리웠을 분들이 계실지는 모르지만
오랜만에 #그래서_이책 #sothisbook 올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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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지않음 / #박민정 / #작가정신
#동네서점에디션 / with #잊지않음스템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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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세계는 아무리 들여다보아도 질리지 않습니다.
컬럼리스트, 에세이스트, 인문학자, 과학자, 시인, 소설가... 모두 다르고
같은 장르의 작가라도 작품 세계 만큼이나 작가 세계도 제각각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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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나 시인들이 간혹 산문집에서 힘을 빼고 독자들에게 손을 내미는 경우를 볼 수 있건만... 작가라는 외길 인생을 걸어온 박민정 작가의 산문에는 문학과 삶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빠진 글을 찾기가 어렵습니다. 삶과 문학이 얼마나 오래 싱크를 맞추며 살아왔는지를 짐작할 수 있지요. 그래서 그 진지한 글들이 전하는 울림은 그 진폭 또한 넓어서 오랜 잔상을 남기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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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나는 그저 가만히 있어, 담배도 피우지 않고 이렇게
과거의 문학도이자 지금의 작가로서 작가 박민정을 형성한 작품, 작가, 사건 등을 읽어갑니다.
- 불행을 겪어야만 작가라고 말할 수 있는 것 같은 세간의 이미지도 마뜩잖았고 특별한 삶 속에서 피땀 흘려 얻은 문장이라는 것도 싫었다고. 그냥 글이라는 건, 산문이라는 건, 소설이라는 건 학습하고 훈련해서...... 누구나 자기가 두려워하는 걸 가장 많이 떠들어댄다. -p.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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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 타인의 역사, 나의 산문
작가의 산문은 타인의 역사라고 해서, 경험하지 못한 시대라고 해서 비켜가지 않습니다. 기억의 파편을 집요하게 추적해 몇번이고 재의미화하고 성장해 나가 우리의 연대기가 되도록 연결하는 일이 되는 과정에 놓이게 됩니다.
- 지금 탐구하고자 하는 자에게는 당시의 당신에게보다 더 많은 자료가 주어져 있고, 조사와 검수를 통해 숨겨진 사실들이 밝혀진 바 있으며, 그러므로 나의 산문과 역사적 연대기로서의 산문이 일치하는 순간들이 더 많아졌다고. 개인사는 희미한 기억일지언정 나의 산문으로 재의미화 되었다고. 그렇게 이야기하고 싶다. -p.75~76
라떼를 시전하는 꼰대들을 향한 일갈로 들리지 않으세요? 생각해보면 당연한 얘기인데 이렇게 멋지게 통쾌하게 쓸 수 있는 건 거듭된 고민과 재정립의 긴 터널을 지난 작가이기 때문일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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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부 선생님은 작가시죠, 아마도?
본격적으로 박민정 작가의 소설을 들여다 볼 수 있습니다. 자신의 작품마다에 등장하는 인물들과의 인터뷰를 비롯한 등장인물에 대한 고민과 숙명적인 문학에 관한 고민, 여성주의에 대한 성찰, 그리고 스스로 작가라는 정체성과 역할에 대해 갖는 일종의 책임감까지
- 대학 때의 편견 이후로 어느 시점부터 나는 일인칭 여성 화자를 잘 쓰지 못하게 되었다는 점. 이 글을 쓰면서 비로소 아프게 인정하게 된 사실이다. 이야기의 피해자가 작가 자신이라는 오해를 입는 것이 싫고 그것이 '후지다'고 생각하여 일인칭 여성 화자 자체를 기피하게 되었다는 점. 이러한 식민화를 겪은 후 창작을 하며 폭력의 전경화 앞에서 가끔 가해자에 '빙의'되는 자신을 발견하고 두려웠다는 점. 창작자로서 참으로 모양 빠지는 고백이다. -p.200~201
한 작가의 진지함과 진실함으로 가득 채운 책 한 권을 덮으며 함께 읽고 싶다는 생각을 합니다. 문학은 재주가 아니며 작가는 타고나는 것이 아니구나 세삼 깨닫게 됩니다. 그래서 작가들과 작품들을 더 소중히 여기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