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의김포공항 / 박완서 / 민음사
박완서 소설의 주인공들은 하나같이 우리 주변 가까이에 있는 누군가입니다. 우리의 할머니이기도, 어머니이기도, 아내이기도, 친척이기도, 친구이기도, 나이기도 합니다. 전쟁통에 남편을 여의고 4남매를 키운 노파이기도, 남부러울 것 없는 중산층 주부이기도, 육이오 사변중에 고아가 된 조카를 끔찍이 여기며 키우는 고모이기도, 두번의 이혼과 세번의 결혼을 경험하며 결혼을 통해 팔자 한 번 고쳐보려는 속물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다 다른 처지의 이 인물들이 바라보는 사람들 혹은 자기 자신은 소름이 돋을만큼 적나라한 통찰이 깃들어 있습니다. 아주 사소하고 일상적인 가운데서 치졸하고 볼품없는 인간들의 속내를 발견하고 들춰내고 맙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 인물들을 징벌하거나 응징하지도 않습니다. 그저 모두 그렇고 그런 인간이라는 듯, 그래서 모두 서로 보듬어야 할 존재라고 말하는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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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완서의 소설은 읽으면서 자주 뜨끔뜨끔 하게 됩니다. 어디선가 불쑥 내 본성이, 속마음이 들켜버리고 말아서요. 한편 시원하기도 합니다. 그 혹은 그들의 위선이 까발려지는 것이 통쾌해서요.
사람들을 얼마나 유심히 관찰하고 살면 이렇게 속을 다 들여다보게 되는 걸까요? 이렇게까지 인간을 깊이 이해하려면 얼마나 많은 애정을 가져야 하는 걸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