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 / #한강 / #문학동네
강보, 베내옷, 소금, 눈, 얼음 등 ’흰 것’에 관한 65편의 짧은 글 모음. 68편의 시가 담긴 시집 같기도 하고, 자기 고백이 담긴 산문집 같기도 합니다. 소설이 맞나? 싶다가 읽다보면 하나의 스토리가 여러 흰 것들로 연결됩니다. 아기 때 죽은 언니의 삶을 대신 산다는 부채감을 가지고 사는 한 여성의 이야기.
‘파도 : 부서지는 순간마다 파도는 눈부시게 희다. 먼 바다의 잔잔한 물살은 무수한 물고기들의 비늘 같다. 수천수만의 반짝임이 거기 있다(58p).’
‘하얗게 웃는다 : 하얗게 웃는다, 라는 표현은 …… 아득하게, 쓸쓸하게, 부서지기 쉬운 깨끗함으로 웃는 얼굴, 또는 그런 웃음(78p).’
작가 특유의 문체. 조곤조곤 건조하게 과하지 않게 써 내려간 문장들.
글을 읽다 잠깐 멈추게 됩니다. 읽는 것을 멈추게 됩니다. 이야기에 집중하는 것을 멈추게 됩니다. 그리고 어느새 그 흰 것에 대해 생각하고 있네요. 그리고 책을 덮고 나면, 그 멈춤들이 기억에 남는 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