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해, 바다를 걷다 / 고두현 / 민음사 / 2020
남해는 바다의 이름이자 섬의 이름이라 합니다. 우리 나라의 남쪽 바다를 일컫는 말이자 남해도와 창선도를 합쳐 이르는 섬의 이름이라고 하네요. 저만 몰랐나요? 이 남해에서 태어난 시인은 미국 시인 조이스 킬머의 시를 빗대어 ‘남해보다 더 아름다운 시를 내 다시 보지 못하리’라고 노래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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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해 노을을 꽃노을이라 하고, 남해 바다를 꽃바다라고 하며, 남해 물빛을 꽃빛이라고 합니다. ‘한 점 꽃같은’ 이 섬에서는 누구나 시인이 됩니다. -시인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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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열고 등장하는 지도와 10장의 사진에 이미 마음은 남해에 메료되고 맙니다. 상주은모래비치, 금산, 가천다랭이마을, 독일마을, 남해 노도, 물미해안도로, 금산 보리암… 그리고 이어 남해 곳곳에서 태어난 67편의 시들이 노래처럼 흘러 나옵니다.
남해에 가거든 가방 속에 꼭 넣어 두었다가 잠시 땀을 식히며 읽어보는 풍류를 즐기고픈 마음으로 들었다가 시를 읽으며 한 편 한 편의 시가 태어난 남해를 만나고픈 마음으로 조금씩 바뀌어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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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마을에 가거든
- 바래길 연가,화전별곡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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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해 독일마을에 가거든 / 다정하게 손잡고 언덕길 오르면서 / 푸른 바다 붉은 지붕 예쁘다 예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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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상의 커플에 나온 철수네 집도 좋고 / 배롱나무 원추리 튤립 장미 / 온갖 꽃 만발한 원예예술촌도 좋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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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움의 종착역에 등장하는 파독 간호사 / 천길 갱도에서 까맣게 웃던 흑수광부 / 탄가루에 박힌 별같은 사연도 보고 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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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 1000미터 아래에서 배웠다 / 끝나지 않는 어둠은 없다는 것을.” / 파독 광부 신병윤 씨의 친필 명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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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마다 외치던 소리 / 글뤽 아우프(Gluck Auf-살아서 돌아오라)! 글뤽 아우프! / 그리운 고향과 가족, 자신에게 하던 약속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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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생긴 파독전시관서 앳된 처녀 여권 사진과 / 고국에 보낸 송금 영수증, 월급 명세서 / 손때 묻은 흑백 영상 보고 나면 눈물 쏟게 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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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긋한 풀잎지붕 꽃담길 지나 언덕길 끝나는 그 곳 / 사랑하는 사람과 다정히 손잡고 / 그 마을에 함께 가거든 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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