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사라지지 마 / 한설희 / 북노마드
아빠가 돌아가시고 67세의 딸은 홀로 92세의 노모를 카메라에 담기 시작합니다. 그렇게 2년여에 걸쳐 렌즈를 통해 마주한 엄마는 조금씩 조금씩 사라져 갑니다. 사라지는 엄마를 붙들고 싶어 ‘순간을 영원으로 붙잡는’ 사진을 찍지만 카메라도 ‘세월을 돌려놓지’는 못합니다. 칠순의 딸은 그저 마음 속으로 혼자 읍조릴밖에 없습니다. “엄마, 사라지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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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부터 나는 엄마를 미워할 수 없게 되었다.
그저 내 곁에 머물러주기를 바라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바랄 수 없게 되어버렸다.
피붙이란 그런 것인지 모르겠다.
용서하지 않아도 용서가 되는 것.
화해하지 않아도 화해가 되는 것.
이제 엄마와 나는 카메라를 사이에 두고 서로를 바라볼 뿐이다.
말하지 않아도 우리는 알고 있다.
-‘클로즈업’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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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나이를 먹는 사이
나 역시 엄마가 살았던 한 해 한 해를 거듭하여 살아내며
비로소 느끼는 것들이 있다.
그건 엄마가 실수를 했던 거구나
그건 엄마의 콤플렉스였구나
그건 엄마 삶의 슬픔이었구나.
엄마를 놓아드릴 수가 없다
니는 긴긴 시간. 엄마를 지켜볼 수밖에 없다.
그래서 이렇게 홀로 말할 수밖에 없다.
엄마, 제발……
사라지지 마.
- ‘맏이, 딸’ 중에서